특히 통상 담화문은 기자회견 전에 배포되기 일쑤인데, 기자회견 직전까지 배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도중 고개 숙여 뭔가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하며, 좀 더 지켜봤다. 담화문이 끝나고 현안에 대한 자유 질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진행을 맡은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치 사회 현안, 외교 안보 현안, 자유 질의 등의 진행순서를 예고했다. 이어 진행자는 손을 들은 기자들을 지명해 질문을 하게 했다. 제일 먼저 <뉴스1>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고, 이어 보수언론 기자 위주로 지명해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 김건희 여사, 명태균 씨 의혹 등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시간 제약이 없는 끝장 토론이라는 점을 미리 예고했고 실제 3일 전 대통실이 출입기자들에게 알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주목할 점은 뜻하지 않게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질문이 추가됐다는 사실이다. 정치 사회 여러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치 사회 현안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여러 기자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진행자인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치 사회 현안 질의가 1시간이 지났다며, 마지막 보충 자유시간에 하라는 말과 함께 외교 안보 현안으로 주제를 돌려 질문을 받았다. 여기에서 기자들이 집중해야 할 정치 사회 현안 의제에 대한 맥이 끊기는 듯했다. 물론 마지막 보충 자유 질의 시간을 줬지만, 이 대목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다.
진행자는 대부분 보수언론의 기자들을 지명했고, 진보신문이라고 하는 한겨레, 경향신문 기자에게도 질문 기회를 줬다. 하지만 끝까지 MBC, JTBC, 오마이뉴스 기자에게는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럼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됐을까. 여러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시원하게 해명한 점도 없었고,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관련 대통령과 명태균의 녹치록이 언론에 의해 공개됐는데도 제대로 된 설명과 사과는커녕 어물어물 넘어간 모습도 보였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여사를 방어하기 바빴고, 앞선 기자회견 담화문에서 언급했던 대통령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자의 질문에도 사과를 한 구체적 이유가 뭔지를 알아 차리지 못한 듯 보였고 '주변의 처신에 대한 사과'라는 말로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리고 끝장토론을 공헌해놓고 “목이 아프다”며 “한 명만하고 그만 하자”라고 하는 반말 투의 대통령의 목소리는 실망 그 자체였다.
국정을 돌볼 대통령의 바쁜 일정으로 볼 때 기자회견에 소요된 140분은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다. 140분의 기자회견은 대통령에게도, 기자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이나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실망만 더욱 안겨준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지 않았을까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서 언뜻 떠오르는 점이 있다면 이를 준비했던 대통령실 참모들은 진정 무엇을 했을까. 참모들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이 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8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긍정평가가 17%로 나왔다. 앞으로 발표할 기자회견 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이날 대부분의 기자들의 질문이 핵심을 찍어 하는 구체적인 질문이 아닌 추상적인 질문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의 내용이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부산일보, 경향신문 등 몇몇 기자들을 제외하면 대통령과의 과거 기자회견 경향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태균 등 많은 의혹을 파헤칠 모처럼의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기자들이 별로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느껴졌다. 구체적이고 집요하고 불편한 송곳 질문들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는,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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