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서 강원도 속초를 향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부문노조협의회 하반기 워크숍에 초대됐기 때문이다. 정년퇴직을 했던 과거 직장에서 후배가 몰고 온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후배와 반가운 인사와 담소를 나눴고, 시간이 조금 지나 운전에 방해가 될까 봐 말을 줄이며, 손으로 여행용 가방을 뒤져 노벨문학상 수상작,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조용히 꺼내 읽었다.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비건주의자라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청소년 자녀들에게 유해한 책이라고 낙인을 찍은 소설, 외설 시비를 걸고 있는 소설이어서 인지, 좀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해 정독했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을 떠나,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점은, 소설을 소설로 이해하지 않고, 청소년을 빗대 현실의 잣대로 소설을 재단하는, 그들의 천박한 인식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지 말라'고 경고한다. 소설가가 소설을 써야 하고 기자는 사실과 진실을 밝히는 기사를 써야 하는데, 기사를 빗대 소설을 쓰는 기레기들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해야할까.
가평휴게소에서 속초 미시령으로 향한 주변은 온통 오색 단풍이 이어졌다. 함께 한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차안 공기가 탁탁해지면 갓 길에 승용차를 세우고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을 보며 맑은 공기에 흠뻑 젖었고, 동료들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서 마냥 미소를 지었다.
식당을 나와 보니 주변 산에 설치된 여러 대의 발전 풍차가 눈길을 자극했다. 바람개비가 돌고 있는 풍차, 멈춘 풍차를 보며, 그 쪽을 향해를 걸었다. 길 옆의 사과 농장에는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햇빛을 보지 못한 사과 밑은 반사된 빛으로 빨간 사과를 만들기 위해 은박지를 깔았다. 까치나 각종 새들이 쪼아 먹지 않기 위해 사과 나무를 온통 망으로 둘러쌌다. 농부들의 지혜가 엿보였다.
과거 경북 대구와 영주 등이 주산지였던 사과가 충북 충주 등으로 올라오더니 이제는 가장 북쪽인 강원도 인제에서도 재배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런 변화가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에서 마음 속 한 구석에 씁쓸함이 자리했다.
미시령 표지판이 나왔다. 곧바로 미시령 터널만 지나면 속초가 나온다. 하지만 일행은 고성군 토성면으로 향한 미시령 옛길을 택했다. 실제 미시령은 고성과 인제, 속초를 연결한 고개이다. 구불구불한 옛 도로와 고개길을 향하니 기압의 탓인지 귀가 멍멍해졌다. 동료 한 명이 '침을 삼키라'고 해 침을 꿀꺽 삼켰더니 놀랍게도 귀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미시령 '표지석' 한자 제호는 이승만 대통령의 글씨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은 설악산의 서쪽인 외설악으로 한계령과 함께 인제와 동해안을 이어주는 교통로였다.15세기에 개척된 험준한 길로 조선시대에는 미시파령으로 불렀다.
이곳에서 마등령부터 미시령 일원까지는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의 자연적 혹은 인위적 영향으로부터 중요 공원자원을 보호하기위해 자연공원법에 의해 지난 2007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1급 산양 주요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미시령과 주변 경관을 살펴보고 속초를 향해 내려간 길목에 차를 세워 웅장한 울산바위를 관람했다.
리조트 '산과 바다'는 바다가 훤히 보이고 대포항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이곳에서 바라본 저녁, 대포항의 풍경은 장관 그 자체였다. 대포항 '해돋는 마을'은 행운을 기원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소문 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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