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분쟁해결, 심판보다 화해-조정-중재(ADR)가 답"

[서평] 김태기 중노위 위원장 외 'ADR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 출판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 입력 : 2024/05/15 [11:27]

▲ 표지  © 박영사


직장에서의 부당한 차별, 평가·승진·배치·전환에 대한 불만,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징계처분 및 고용해지, 노동조합의 노동쟁의 등 다양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 발생한 분쟁은 당사자가 원인을 잘 알기에 스스로 해결해 원상회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 상사와 부하와 같은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노동 분쟁은 고용관계가 전제되기 때문에 자주적 해결이 바람직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화해·조정·중재 제도를 통한 자율적 해결 방법도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일찍이 재판시스템과 별도로 노동사건을 화해·조정·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대안적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제도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분쟁은 기존의 권리·의무관계를 다투는 권리분쟁보다 근로조건의 변경과 같이 향후의 권리·의무 관계의 설정을 둘러싼 이익분쟁이 많은 만큼 ‘전부 대 전무(all or nothing)’식 해결보다는 화해와 조정을 통한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DR 담당한 기관인 노동위원회가 전문성과 예산 부족 등으로 기능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위원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안적 분쟁 해결제도의 구축을 위한 연구에 천착해 왔다. ADR의 기본인 협상과 의사소통, 대표적 ADR기법인 화해·조정·중재 그리고 노동 ADR의 전제가 되는 노동법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노동분쟁 해결을 위한 <ADR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2024년 4월, 박영사-중앙노동위원회)란 연구서를 출판했다.

 

이 연구서는 ADR의 기본인 ‘협상’에 대해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이, ‘의사소통’에 대해 서광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윤광희 충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이, ‘화해·조정·중재’에 대해 김학린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조정)이, ‘노동법’은 이정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이 연구에 참여해 제작한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의 핵심을 담고있다고나 할까.

 

먼저 갈등과 부딪칠 때 감정을 추스르며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부드럽게 하는 지혜가 ‘협상’이라고 강조한다. 협상은 상대방과 다투면서도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보다 권리의 논리가, 권리의 논리보다 이익의 논리가 바람직하다며, 이익의 논리로 분쟁 해결에 나설 때는 상대방의 요구나 주장을 잘 새겨듣고, 자기 입장을 상대방이 잘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협상이 원만하지 않을 때 화해나 조정 등 제3자의 지원은 합의를 촉진하는데 유용하다며, 제3자로의 화해·조정·중재 등을 하는 사람은 평정심과 인내심으로 당사자들의 대화에 주안점을 두어 접근해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특히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협상에 대한 오해부터 털기 ▲성향의 차이 존중 ▲이념의 차이 극복 ▲협상의 이익 다면적 ▲협상 테크닉 아님(지식과 경험 필요) ▲올바른 문제 진단 ▲협상 프로토콜 만들기 ▲의사소통은 정확하게 ▲심리적 문제 극복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상 ▲최선의 합의 도출 ▲합의 이행 장치 마련 ▲협상은 휴먼 스킬 또는 사회적 스킬의 핵심 등을 제시했다.

 

그럼 의사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누구나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데,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말은 현실을 만들어내고 삶의 모습을 구성하고,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의 수준을 말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자존감의 수준에 따라 대화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듣기 기술, 말하기 기술, 질문하기가 의사소통의 기본 기술이라는 점이다. 열린 마음으로 정확히 듣고, 간결하게 바꾸어 말을 해야 하고, 긍정적이고 공감을 하는 방향으로 말을 해야 한다.

 

말을 할 때는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고, 기대하는 것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질문은 구체적인 정보를 얻게 하고, 문제를 더 깊게 탐색할 수 있게 하고, 시각을 넓혀주며, 상호간 의사소통을 촉진하게 하지만, 부적절한 질문은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화해·조정은 분쟁당사자들의 분쟁해결에 대한 자발성과 동의가 필요하고, 문제해결의 자율적 해결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화해·조정인은 철저한 중립성이 요구된다.

 

분쟁해결의 조정인의 역할로 ▲분쟁해결 절차의 설계자 ▲의사소통의 개설자 ▲분쟁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인정자 ▲절차의 관리자 ▲창의적 대화 및 협상기법 교육자 ▲분쟁해결에 필요한(인적, 물적) 자원의 확장자 ▲문제해결의 탐색자 ▲객관적 한계의 전달자 ▲분쟁당사자 간 관계 개선 촉진자 등을 주문했다.

 

중재는 당사자 합의(중재 합의)에 의해 개시된 것이 원칙이나 공공부문 등 긴급상황이나 교원이나 공무원의 노동관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결정이나 법률에 의해 중재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화해·조정의 경우, 개시와 진행 및 중단 등 전 과정에서 분쟁 당사자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 장점이 있으나, 중재는 중재 결정으로 분쟁이 종료될 수 있기에 분쟁해결의 확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중재 연계 조정 절차는 먼저 중재인에 의한 중재절차가 진행돼 중재인이 중재안을 작성한 후 봉투에 넣고, 봉해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정절차를 진행한다. 조정절차에서 조정이 성립되면 그대로 사건이 종결되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중재인의 중재안이 공개돼 그 내용에 구속되는 형태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노동법은 근로자 개인과 사용자 사이의 개별적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개별적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남녀고용평등법 등)과 근로자 집단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집단적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집단적 노동관계법(노동조합법) 그리고 이 두 가지 방법이 아닌 고용이나 실업 및 산업재해 등을 규율하는 노동시장법(고용대체법, 직업안정법, 고용보험법, 직업능력개발촉진법, 고령자고용안정법, 장애인고용촉진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사 간의 문제는 실정법에 반하지 않는 한 노사가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노사자치주의(규범)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노사 관계의 가장 상위법은 헌법이 있고 그다음 법률(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이 존재한다. 다음 단계의 가장 상위 규범이 단체협약이고 그 뒤를 이어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자’로 규정한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직업을 불문하고 임금·기타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한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에 대한 사용자의 불공정한 행위(정당한 노조활동 인사 및 경제적 불이익,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 거부, 노조조직 지배 개입하는 행위, 특정노조 가입 탈퇴 고용조건 등) 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분쟁해결의 방법으로 행정구제제도(노동위원회)와 사법구제제도(법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행정소송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 1심, 2심 3심 등 5심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결같이 노사분쟁에 대해 다른 법적 분쟁과는 달리 향후의 권리와 의무관계의 설정을 둘러싼 이익분쟁이 많기에, 재판보다 ADR(대안적 분쟁해결 제도) 기능을 통한 해결의 적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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