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헬스 > 문학·출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영화 '미나리'를 보며, 개똥이 생각났다
80년대 한국계 이민자들의 치열한 삶 그려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21/03/29 [09:01]
▲ 영화 '미나리'     © 기자뉴스


전 세계 영화관련 상 80여개를 휩쓴 올해 최고의 화제작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를 보면서 문뜩 작고한 모친과 개똥이 떠올랐다.

 

한국 전통 식품 미나리는 여러모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품이기에 어릴 적 시골집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났다.

 

특히 미나리하면 개똥이 생각난다. 70년대 전남 고흥의 초등학교 시절, 모친은 다리를 삐걱해 발목이 부어오른 나에게, 여동생을 시켜 밖에 나가 개똥을 주워오라고 했다. 개똥을 주워오자, 부기를 빼기위해 개똥과 미나리를 함께 진 이겨, 발목에 붙이고 비료포대인 비닐봉지로 꽁꽁 묶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가끔 모친은 동네 개천가에 자라는 미나리를 뜯어와 홍어, 오징어, 낙지 등 무침으로, 어쩔 때는 탕 속 부속식품으로, 그리고 된장국 안에 넣어 먹었다.

 

지난 27일 토요일 오후 경기 의정부 한 영화관에서 영화미나리를 관람했다. 이날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은 있었지만 거리두기 좌석을 빼고는 관객이 제법 왔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토속 식품이기에 미나리라는 영화 제목부터 한국적 매력을 느끼며 영화를 관람했다.

 

 텔레비전도 없던 70년대는 부모를 모시고 다산으로 가족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70년대를 지나 80년대들어 와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가족계획(피임, 콘돔, 정관수술 등)이 전개되고, 90년대 이후 한국의 가정들은 부모와 두 자녀 등 단란한 핵가족화가 가속화됐다. 영화 '미나리'도 젊은 부부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사이에 초등학교를 다닌 아들 데이빗(앨런 김)과 딸 앤(노엘 조) 그리고 할머니순자(윤여정)가 등장한다. 당시 한국이 핵가족화되어 가는 과정을, 미국(아칸소) 이민자 가족에게도 대입시켰다고 할 수 있다.

 

미나리는 개천가의 어디에서나 풍성하게 잘 자란 식물이기에 조상들은 '지천의 천물'로 생각했다.지금은 식품점에서 돈을 주고 사 먹는 식품이지만, 과거 70~80년대 시골에서는 개천가에 널 부러져 있어 언제든지 뜯어 와 음식을 지었다.

 

영화 미나리1980년 미국에 가 성공을 꿈꾸며 낯선 땅으로 떠난 한인 1세대 가족의 고단한 삶을 그렸다. 소위 아메리카 드림을 꿈꾼 사람들이었다. 80년대 소꿉장난과 물장구를 치고 자란 당시 시대에는 무엇이든 간에 미국제()하면 상당히 기이하고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미군 차에서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도 미제라는 이유로 상당히 높게 평가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였기에 미국으로 간 자체만으로도 로망이었을지 모른다.

 

할머니(순자)는 손주들에게 열심히 화투를 가르치고, 구수한 입담에 입만 열면 '염병', '니미랄' 같은 욕도 서슴지 않는다.요리도 잘 하지 못한다. 오직 한국에서 오래 살았기에 한국식 문화로 두 손자를 대한다.그러니 미국에 태어나고 자란 손자들이 이해할 리가 없다.

 

영화는 이민자 가족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갈등을 하며, 훈훈한 소통으로 끈끈한 가족애를 느꼈다고나 할까.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간 미나리 씨앗을 내천가에 뿌린다. 그리고 가끔 손자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할머니에게 손자들은 숲에 뱀이 있다고 말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내천가로 향한다. 풍성하게 자란 미나리를 보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라고 외친 모습에서 한국적 할머니들의 정감이 느껴진다.

 

그럼 영화 미니라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나름의 이유는 뭘까.

 

각종 영화상을 휩쓴 이면에는 이민자 한국계 영화감독이 있었고, 이민자 부모세대들이 치열한 삶을 경험했던 것들을 내용으로 가득 담았기 때문이다. 할머니(순자 역)가 외친 미나리는 원더풀속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를 경험했던 이민자들에게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라는 함축된 의미가 녹아있어서이다. 특히 이민자 가족과 미나리를 연결하면서 낮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 희망이 영화 미나리속의 진면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화투를 통한 손자와의 소통, 훨훨 타오르는 화재 사건에서 슬픔이 가득한 가족애가 느껴지고  당시 미국사회를 엿볼 수 있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행동도 영화의 참 맛을 더한다. 영화를 보고난 이후 머릿속은 온통 미나리로 가득했다.

 

푸릇푸릇 초록색 풀 미나리, 무침으로 곁들어 먹으면 씹으면 씹을수록 향긋한 미나리가 왠지 먹고 싶어진 하루였다.

▲ 영화 '미나리'     © 기자뉴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21/03/29 [09:01]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미나리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