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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 놓은 재앙 극복하려면 자연과 공존해야"
[서평] 김담의 '숲에서 숲으로'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20/11/01 [19:21]

 

▲ 표지     © 아마존의 나비


인간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올려도 자연의 시간에 댈 수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시간이 하찮은 것은 또 아닌 것이다. 자연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시간이 스며들었고 인간의 시간 속에는 또 자연의 시간이 섞여들어 서로는 따로 떼어서 생각 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다.” - 숲에서 숲으로본문 중에서

 

저자가 고향 산천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로운 공존을 고민한 책이 나왔다. 강원도 고성에서 고향의 숲과 생명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쓴 김담 작가는 쓴 <숲에서 숲으로>(아마존의 나비, 202010)는 숲 산책자로서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한 마디로 숲속 생명의 소리를 듣고 느낀 감정을 소소하게 표현했다고나할까.

 

물론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은 지난 20186월부터 20207월까지 <강원고성신문>에 격주로 연재했던 글을 조금 손봤고, 몇 편은 새롭게 접근했다.

 

특히 숲에서 이어진 마을 숲의 선물 더불어 살아가려면 지구에 사는 인간의 예의 등 4개의 주제에서 여러 개의 소주제로 나눠 전개한 책은 주제만 보더라도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숲에서 이어진 마을분야의 소주제인 산불이 휩쓸고 가다에서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산불과 관련된 자연과 인간의 아픔을 소상히 그렸다.

 

매캐한 탄내와 시커먼 불티, 붉은 화염 속에서도 행나무 신목은 곧 흐트러질 것 같은 여리고 어리며 뭉글거리는 꽃봉오리를 틔웠으며 불을 품고 바람 속에서도 아느작거렸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산불로 가족과 집 그리고 생활터전과 일상을 잃고 고통 속에 있을 이들을 위해 조속히 복구와 가내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잠시 서성거렸다. 슬픔과 아픔, 낙담 그리고 분노가 곧 지나가지는 않더라도 먼저 평안하시기를.” - 본문 중에서

 

그럼 숲이 인간에게 준 선물은 뭘까. 움트는 봄, 장끼와 카투리, 진달래꽃, 생강나무 꽃차, 야생화, 도토리, 노루궁뎅이버섯, 흰꼬리수리 등 수도 없이 많다.

 

저자는 노루궁뎅이버섯을 보면 덩치 큰 노루 궁둥이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노루 볼기에 손바닥만 하게 난 하얀 무늬와 빼 닮았다고 해 노루궁뎅이버섯으로 부른다. 그런데 저자는 표준어 궁둥이가 아니고 강원도와 함경도의 방언인 궁뎅이로 부르게 된 이유를 궁금해 한다.

 

보기가 드문 흰꼬리수리라는 겨울새는 어떤 새일까. 물 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커다란 날개에 두렷한 흰색의 꽁지깃만으로도 이미 숨이 막혀버렸다고.

 

흰꼬리수리가 날아오르는 순간 백로는 멀찌감치 자리를 피해서는 냇가에서 골재를 채취하면서 높다랗게 무져놓은 흙더미 언덕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흰꼬리수리가 수리부엉이가 사는 숲정이에 내려앉은 뒤에도 백로는 한동안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었다. 물꼬기 사냥의 명수인 흰꼬리수리가 화진포가 아닌 산 너머 우리 마을까지 온 것이 궁금했을 뿐만 아니라 흰꼬리수리가 사냥을 하는 동안 둔덕으로 자리를 옮긴 백로도 궁금하긴 매한가지였다.” - 분문 중에서

 

저자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전염병을 이유로 현재 동물에게만 가옥한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전염병이 돌 때마다 가축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구제역이 돌면 소가 생매장되고, 조루독감이 유행하면 닭들이 구덩이 속으로 내던져진다. 이번에는 듣도 보도 못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었다. 집돼지 뿐 만아니라 멧돼지까지도 수난이다. 텔레비전으로 연천군에서 살처분을 한 집돼지들이 흘린 피로 시뻘겋게 변한 강물을 보았다. 아마도 지옥의 풍경이 그와 같을 것이다. 살처분을 당하는 짐승은 병에 걸려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웃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짐승들까지 생매장을 해야 하는지 궁금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이 부른 화를 왜 애먼 짐승들에게 떠넘기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 본문 중에서

 

지구에서 자연과 공존하려면 인간이 갖춰야할 예의는 뭘까. 무더위나 강추위 등 불편함도 잠시 감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터를 잡은 이상 인간과 자연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숲을 떠나온 인간에게 자연은 여전히 참을 수 없이 불편했고, 그 불편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갖은 전자제품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끝내 온실 속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푸른 하늘, 울창한 숲,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냇물을 꿈꾸고 있는 것이 무언인지.” - 본문 중에서

 

숲이 사라지면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 안식을 구할까. 가뭄과 폭우, 폭염과 한파, 강풍과 산불 그리고 2020년 현재 우리들 일상을 옥죄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의 창궐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생겨난 것일까. 숲을 떠나온 인간에게 가한 자연의 역습이라면 너무 낭만적인 해설일까라고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숲에 깃든 생명들과 인간이 지금이라도 상생과 공존을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진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저자 김담은 강원 고성출신으로 숲과 생명,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산문과 소설을 쓰고 있다. 저서로 산문집 <숲의 인문학>, <원드 오브 체인지>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집 <기울어진 식탁>으로 2017년 김만중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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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01 [19:21]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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