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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북한 여성의 결혼과 성생활 조명한 책 눈길
[서평] 권금상 박사의 '영웅적 조선 녀성의 성과 국가'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20/10/11 [08:10]
▲ 표지     © 기자뉴스


북한 여성의 섹슈얼리티 연구는 북한연구 분야에서도 사각지대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남한사회 여성의 목소리는 미투 운동과 낙태죄 헌법 불일치 판결이후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고 결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70년 분단의 시간동안 가려졌던 북녘 여성의 성을, 이데올로기의 편견 없이 조명한 책이 나왔다.

 

<영웅적 조선 녀성의 성과국가>는 여성주의 관점에서 북한 여성의 성을 둘러싼 삶과 일상을 다뤘다. 여성해방과 남녀평등의 슬로건 뒤에 숨은 권력의 성 통치 전략과 북한 권력의 민낯을 조명했다.

 

북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한 권금상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이 펴낸 <영웅적 조선 녀성의 성과 국가>(20206, 서울셀렉션)는 북녘 여성들의 성을 둘러싼 삶과 일상을 조명했다. 특히 저자는 교육사회학 박사와 북한학 박사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남북한마음통합연구단의 연구교수를 역임하는 등 북한연구 전문가이기도 하다.

 

책은 탈북인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서의 구술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사회의 성분과 권력, 섹슈얼리티를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저자는 섹슈얼리티란 섹스(sex)와 젠더(gender)처럼 을 표현하는 개념인데, 때로는 섹스와 젠더를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 책은 북한여성의 성을 개별화된 육체의 생물학적 성이라는 섹스 차원에서 다룰 뿐만 아니라 사적영역을 넘어 북한 사회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성인 젠더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초기 국가권력은 봉건적 속박 속에서 해방된 새로운 사회주의 여성상을 표방했다. 국가는 혁명적 평등 담론에 기초해 여성에게도 토지개혁으로 몰수한 토지를 무상으로 분배했을 뿐 아니라, 평등한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공적 담론에서 평등한 여성상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일상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생활세계에서는 여전히 봉건적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는 여성상이 지배적이었다.

 

국가는 탈성화 된 혁명적 여성상을 선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별화 된 혁명적 여성상을 활용했다. 북한 사회가 남성 중심 성문화에 균열을 일으킨 결정적인 계기가 90년대 고난의 행군이었다. 이 시기에 권력의 성 통치에 대한 북한 여성의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존의 성 담론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성 주체로 변모했다.” -본문 중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남한 사회로 유입되는 탈북인들이 급증했다. 이중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탈북 여성들이 경험한 섹슈얼리티 문제도 다뤘다.

 

해방직후 북한은 권력을 강화하고 여성들을 대중 정치에 동원하기 위해 북조선민주여성총동맹(여맹) 조직해 51년 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학대 개편될 때까지 김일성 개인의 권력 확대와 여성의 정치 기초 조직을 강화하는데 앞장섰다. 1946년 창간된 월간 잡지 <조선녀성>은 여성을 위한 대중 교육 도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478월호 표지는 여맹 1주년을 기념해 바지 입은 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일상적으로 한복을 입던 당시 여성상을 고려할 때, 바지 입은 여성의 의상이 노동하는 사회주의 여성의 옷차림으로서의 남녀평등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46년 북조선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 북조선 로동자 및 사무원에 대한 로동 법령, 북조선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 등 3대 법령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규정했다.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전통적 젠더 역할의 변화를 천명했다. 북한권력이 혁신적 여성권리를 천명했지만 실행과정에서 법과 제도가 무용지물이 됐다.

 

여성은 재생산을 담당한 어머니인 동시에 국가발전을 위해 몸을 던지는 전사였다. 북한 사회의 여성담론은 합법적인 결혼제도 속에서 자녀를 가진 어머니만을 가치 있는 여성으로 규정했다. 공산주의자를 키우는 어머니라는 근엄한 역할 부여를 통해 성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가운데 남성중심의 성 담론이 활발하게 작동했다.” -본문 중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권력이 이어지면서 일상과 삶에 있어서 영웅적인 조선 여성상이 선전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나타나고, 비처녀를 차별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처녀 선호제도에 있어 북한에는 ‘5라는 독특한 국가조직이 있다. 5과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해 복무하는 특별조직인데, 왕정시대에 대입하면 내시나 궁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5과는 국가에 자녀를 바치는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군중이나 일반노동자 계층의 자녀를 대상으로 일정한 키와 미모를 갖춘 자녀를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 당사자는 국가로부터 미모와 성품을 공인받은 셈이다.

 

“5과 조직은 기본 군중, 즉 일반노동자 계층의 자녀에 한해 선발하며 남녀 모두가 선발대상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키와 용모를 중점적으로 보았고, 처녀막 검사 등 여러 과정을 거쳐 까다롭게 선발했다. 최종 선발대상자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해 일하는 특수임무를 맡는데, 업무의 배치에 따라 하는 일과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본문 중에서

 

탈북인 중에 아직까지 5과 종사자들은 없다. 이유는 북한 당국이 5과 종사자들과 가족 역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직접 감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북한 사회에서 연애는 어떻게 할까. 일반적으로 성분에 따라 한다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도 사랑과 용모, 재산, 지식 등 한 개인의 노력에 따른 성과나 문화적 취향보다 출신 성분과 가정환경 등 개인을 둘러싼 총체적 배경을 더 중시한다.

 

혼전 성경험이 금기로 인식되는 북한 사회 여성들은 약혼과 동시에 결혼 전 자신의 배우자가 될 연애 상대에게 순종하고 몸을 하락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남자들은 일단 약혼이 성사되면 상대방을 자기 사람으로 여기고 성관계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혼전 순결을 강조하면서 결혼이 기정사실이 되면 결혼을 전제로 하는 성관계는 용인된다.”- 분문 중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인 93년에서 98년 사이에 사망한 인구 손실은 34만 명으로 추정된다. 고난의 행군이 지난, 2000년 때부터 선군시대 어머니로서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 곧 애국이라는 담론으로 여성들을 재생산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때부터 해외로부터 월경과 밀수가 성행되고, 황색바람이라는 자본주의 영향이 나타났다. 의류, 공산품, 약품, 먹거리 등 밀수품만 아니라 해외에서 제직된 비디오나 CD를 통한 음란물도 유입됐다.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여성들도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고 부모와 이견이 있을 때도 굽히지 않은 새로운 문화가 등장했다, 장마당을 통해 기혼 여성의 성(섹스)도 다른 사람을 통해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특히 외화벌이 사업은 북한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자본화할 수 있는 기회중 하나였다. 북한 사회에 성매매 현상은 북한 여성들이 극한의 삶의 조건에서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교환의 기제가 됐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할 것 같다.

 

고난의 행군 이후, 여성들의 모여 술자리를 갖는 문화가 점점 확산된다. 여성이 가족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척박한 세상을 살아낸 성적 주체로서 남성 중심의 성 질서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본문 중에서

 

이와 관련해 한 탈북인의 진술이 눈길을 끈다.

 

동네여성들이 술을 먹고 성적 일탈을 즐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여성들이 술을 마시다 옷을 벗고 춤을 추면서 자신들의 음부 털에 리본을 꼽고 즐겼다. 그런데 이웃들이 그 여성을 당국에 신고했다. 그녀들은 잡혀가 공개재판을 받고 형을 선고받았다. 이게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 이러한 일탈 사건을 통해 남성중심의 가부장 질서에서 대상화됐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을 스스로 놀이로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2018년 통일부 통계에 의하면 탈북 주민은 31827명이다. 이중 여성이 22776명으로 72%을 차지한다. 2000년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탈북인이 증가하고 있는데, 고난의 행군이후 여성 생존 중심의 가족 문화 그리고 남한의 이데올로기적 대북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탈북여성들 대부분은 북한에서의 궁핍한 삶으로 인해 질병이 있고, 또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유흥업소와 성매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그럼 이런 곳으로 가게 된 위험요소는 뭘까. 낮은 연령대, 부채(브로커), 북한과 중국 등 제3국에서의 성폭력 피해, 그리고 이웃 관계 등의 네 가지 였다.

 

한국에 오면 정착금으로 브로커 비용과 한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북한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일까지 다 해결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탈북여성들이 가난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출발점은 첫째 브로커 비용이다. 탈북인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 브로커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북송금 문제이다.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고, 평균 송금액은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흥업소나 성매매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북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크게 가부장적 질서의 표상 남성중심의 질서를 지지해온 내구성 있는 통치기제 고난의 행군 이후, 집단주의에 대한 저항과 사적이익 추구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주의 북한의 결혼과 리얼한 성생할에 대해서도 탈북인들의 심층 면접을 통해 적시했다는 점이다. 또한 북한여성과 남한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를 비교하는 데도 유용한 책이다. 특히 남북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북한여성과 남한여성의 성에 대한 인식의 충돌은 우리 미래의 과제이자 새로운 문화의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권금상 박사는 분단사회와 이주민사회에서의 사회변화에 관심이 많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다문화 정책 연구위원, 한국미디어교육학회 이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감사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외로운 아이로 키우지 마라> <분단된 마음의 지도> 등이 있고, 공저로 <분단 너머 마음 만들기> <10가지 접근 다문화사회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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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11 [08:10]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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