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헬스 > 문학·출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출판계 “도서정가제 개악” 문체부 규탄 거세다
[시론] 코로나19로 인한 동네서점 고사 위기, 개정안 철회해야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20/09/10 [13:18]
▲ 책방이음 대표인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기자뉴스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910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도서정가제글이 올라온 것이 발단이 됐지만, 더 큰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책방 등 출판시장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문제가 됐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정한 정가 그대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에 책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점은 일정 비율 이상으로 할인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정한 제도다. 책값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과도한 할인 경쟁을 규제해 책을 정해진 가격대로 판매함으로써 출판 생태계를 보호하고, 독서 인구 저변을 확대하자는 것이 도서정가제의 기본 취지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도서정가제는 학술 및 문예와 같은 고급서적의 출간을 유지하고, 작가의 창작저작물로 문화적 가치를 갖는 문화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의 할인 공세를 제한해 중소 규모의 서점이나 출판사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도서정가제에 의한 공식 할인율은 정가의 10% 금액 할인과 적립포인트 5% 등 최대 15%이내 할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네서점 등은 대형 인터넷서점의 할인가를 포함하여 10,000원 이상의 도서의 경우 무료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택배 가격을 3,000원 내외라 고 볼 때 15,000원 도서를 기준으로 보면 3,000원 가량의 추가 할인이 무료배송이란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네서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또한 할인이 되는 셈이다.

 

이에 비하여 통상 70~75%의 공급율 가격으로 도서를 서점과 도매상에서 가져와 책을 판매하는 동네서점은 가격 경쟁률에서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도서정가제를 허물고 할인율을 높일수록 동네서점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겹쳐 도서정가제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전국의 동네 책방들은 고사하게 된다는 얘기가 엄살이 아닌 것이다.

 

실태가 이러한데도 문체부는 출판시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도서정가제 허물기를 본격화한 양상이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8월초 성명을 통해 문체부 주도하에 구성된 민관협의체가 총 16차례 회의를 거쳐 만들어낸 개정안은 도서정가제의 보완을 위한 출판계의 상호 이해와 조정의 결과물인데 지난 7월 말 문체부가 이런 과정에 대해 부정하고 재검토하려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즉 문체부가 출판계 대표 단체와 문체부가 구성한 민관협의체의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문체부는 지난 93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6개 단체 관계자와 만나 이른바 문체부의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일방 통보했다. 말이 개선안이지 사실상 개악안을 일방적으로 통지한 것이다.

 

이날 문체부가 전한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1. 도서전 및 장기 재고도서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2. 전자책 2030% 할인과 웹 기반 연속콘텐츠의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등이다.

 

35여 개 출판관련단체로 구성된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10도서정가제 개악안을 고집하는 문체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체부의 이같은 개정안을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도서정가제 사수 공대위는 지금은 도서정가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며 도서정가제가 비로소 뿌리 깊게 안착할 수 있는 중요한 이 시점에서, 근거 없고 즉흥적인 또 다른 예외 조항들을 도입하려는 문체부의 시도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여러 이해 당사자가 참여한 민관협의체의 오랜 논의와 고뇌의 과정 없이, 짧은 기간 내에 급조된 소위 문체부의 개선안은 도서정가제에 구멍을 내고, 나아가 완전히 붕괴시키려는 개악안임이 자명하다며 문체부의 이러한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 사수 공대위는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밀실행정을 중단하라문체부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동네서점, 출판관련단체는 문체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한 채 전국적 총력 대응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역서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야외행사가 폐지되는 현 시점에 도서축제 등을 통한 도서 할인판매율 상향 조정안은 현 실정과도 맞지 않고, 구간도서 할인율 강화안도 동네서점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 개정안으로 도서정가제를 허무는 방향으로 갈 경우에는 동네책방들이 고사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지난 7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체부 박양우 장관, 김대현 미디어정책국장, 이선주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의 파면 촉구와 도서정가제 사수를 외치며 1인 시위에 돌입한 상황이다. 문화체육부가 도서정가제를 대폭 후퇴, 완화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 직접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1인시위에 나선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문체부가 동네책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면서 문체부장관 등의 파면을 촉구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등 출판단체들은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경쟁력에 밀려 사라졌던 동네 책방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출간 종수와 신생 출판사도 대폭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도서정가제로 책값이 비싸진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이들 단체들은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도서인구가 줄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문체부 조사에 의하면 책을 읽는데 방해되는 가장 큰 요인은 시간이 없어서(19.4%), 책을 사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는 1.4%이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으로 인한 소셜미디어 이용자 급팽창,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영상 플랫폼 구독경제 확산 등으로 책을 읽는 인구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책값이 비싸져서 책을 못 읽는 것이 아니라, 달리진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환경으로 인하여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 아동들까지도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끼고 생활하는 사회적 환경이 독서인구 저변 확대의 가장 큰 저해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로 인한 심각한 위기인데도 동네 책방을 위한 정부의 추경 예산은 전혀 반영하지 않는 상태이다. 지난 201910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서점업)을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문화체관광부의 인식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CJ 등이 웹툰과 웹소설 시장을 더욱 확대하려는 형국이다. 중소 전자책 플랫폼, 전자책 출판사, 대중소설작가 등 대다수 전자책 관련단체와 업체들은 문체부의 웹툰, 웹소설 전자책 도서정가제 제외 개정안이 중소 전자책출판사와 중소플랫폼을 고사시키려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확장에 마치 동네골목상권이 죽어버리는 형국과 같다는 인식에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책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 문화공공재이다. 단순히 책 한 권만의 가격으로 이러한 문화공공재의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저렴한 가격이 아닌 적정한 가격이 필요하다고 동네서점을 비롯한 출판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은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가져온 효과로 동네책방이 다시 살아나고, 마을이 살아나고 있다는 지역 풀뿌리 사랑방, 지식나눔터 역할을 하고 있는 동네서점인들의 절절한 호소를 청와대와 민주당, 문체부 당국자들은 귀담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도서정가제를 허물 때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고사위기에 처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반열에 동네서점과 중소출판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책은 가격이 아니라, 미래 가치이다. 도서정가제는 지식과 문화예술, 미래가치를 확산하고 나누는 문화상대성의 보고이다.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할 때이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20/09/10 [13:18]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