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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법 강조한, 글쓰는 농부의 농촌 진단
[서평]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 마음 농사짓기>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19/04/15 [08:38]
▲ 표지     © 기자뉴스

농사를 지으며 삶을 수행처럼 살고 있는 한 생태영성운동가가 발품을 팔아 쓴 글이 눈길을 끈다.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 마음 농사짓기>(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193)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일상의 생생한 체험과 실천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살아있는 글들의 모음집이다. 특히 <오마이뉴스>, <경남도민일보>, <불교신문>, <귀농통문> 등 언론에 기고한 글과 강의자료 및 기자회견 등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글들은 한결같이 뭔가의 염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조건에서도 긴장 없이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로운 일상과 시골에 살면서 겪는 여러 일화를 중심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은 크게 농부, 마실을 나가다 농부, 더불어 살다 농부, 세상 속으로 가다 등 3개 주제로 나눴는데, 각각의 소제목에 기술한 글들을 보면 농부들에 대한 애환이 물씬 풍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결국 나를 알아차리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1983년 한국의 인구는 4000만이었다. 이 때 한 명만 낳아도 한반도 인구가 초만원이 된다고 산아 제한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현재 인구는 5163만 명이다. 경제시스템이 바뀌어 실업자가 넘치고 있는데도 출산 장려정책에 혈안이 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00불일 때도 여러 명의 자녀들을 잘 키웠는데 3만 불이 되어서도 아이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는 것에 대해 항변을 한다.

 

바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숙고하기보다 여전히 외형의 크기와 성장 신화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 조건이나 차이로부터 생겨나는 삶의 태도들을 넘어서라는 권고까지 덧붙인다.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이 치매 노인의 문제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과의 대화를 '막상막하의 연극놀이'로 표현했고, 이런 놀이가 현실을 치유하는 영성드라마라고도 했다. 특히 치매노인에게 존중감을 키워드리기 위한 극진한 존중이 최고의 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58년 개띠이다. 지난 2018년이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였다. 58년 무술 개띠의 이력은 뭘까.

 

“‘58년 개띠라는 시집이 두 권이나 나왔다. 개팔자 상팔자라느니, 죽 쒀서 개줬다느니 개와 관련된 속어도 많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개밥에 도토리, 개수작한다.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른다 등 끝이 없다. 도둑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 지나가는 개가 웃는다...오늘은 내가 있기까지 저지른 잘못들, 용서를 구해야할 일, 사과해야할 사람, 감사드려야 할 일들이 많다. 세상 모두를 위해서 나를 향해 두 손 공손히 모아 기도할 때가 된 듯하다.” -본문 중에서

 

그럼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자가 일본 도시농업연수를 통해 느낀 감동은 세 가지였다. 부드러운 설득, 작지만 깊은 배려, 겉포장을 걷어낸 사회였다. 한 개인의 성찰이 사회영영역로 확장되는 것이 진정한 혁명이라고.

 

지금 우리나라에 '홍욱'이나 '국광'처럼 시면서도 맛이 단 사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단사과인 부사만 판을 치는 현실이 어쩌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모자랐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어떤 혁명도 개인의 버릇과 삶을 바꾸는 데 까지 나아가지 못하면 실패하는 법이다. 한 개인이 깊은 자기 성찰을 통해 근본적으로 바뀌고 그 변화가 사회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 진정한 혁명이라고 본다.” -본문 중에서

 

특히 저자는 '한국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한다. 식량 자급자족이 되지 않고, 토질 악화, 생태 교란 농업, 돈벌이 농사와 석유농사, 종자와 유통 등의 문제가 농촌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위기의 타개책으로 자연농법한울살림을 강조한다. '농사'라고 했을 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왜곡이 있게 돼 '자연농법'이라고 해야 하고 '살림'이 있음으로 해서 '한울'이라는 생명성을 부여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울살림 농사는 땅과 사람을 헤치지 않는 농사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제철농사와 제철음식으로 가아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농의 복원이 중요하다고. 대형기계에 의존하는 농사가 아니라 소규모 자작농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천도교의 교리에 입각해 언급했다고나 할까.

 

특히 한울살림 농사를 위해서는 토종(터박이) 종자와 탈석유 농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다비성 작물은 병해충해 약합니다. 다수확품종 역시 그렇습니다. 비료주고 농약 치는 것은 더 많이 수확해서 돈을 벌기 위한 것입니다. 품종개량의 방향은 오로지 다수확과 내병성입니다. 다른 종류끼리 유전자조작을 하는 GMO 라는 최근의 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육종을 하더라도 자연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최고의 육종가는 농부입니다. 농사를 통해 자연환경과 기후변화에 조응하는 육종을 해내는 것입니다. 당연히 소농을 말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의 이전 저서 <소농은 혁명이다>이라는 책에서도 농촌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소농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농은 삶의 선택이고 지구를 가꾸는 정원사라고도 밝힌 바 있다.

 

한울살림을 위해서는 영농조합이 아니라 협동조합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소득향상이 아니라 삶의 연대가 축이 되는 협동조합이 농촌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농민기본소득제 논의에 대해서도 한 마디 언급한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그 제도의 운영주체이자 향유자인 사람의 의식과 도덕적 수준이 그에 따르지 못하면 어느 한쪽이 붕괴한다는 것이다.

 

농민기본소득제 논의과정에서 돈의 가치보다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농민집단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농민기본소득제를 주도하고 실현하는 주체가 농민이어야 한다. 뒷전에 앉아서 불로소득처럼 기본소득을 챙기는 농민이어서는 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위대한 자연의 상속자로서 농민은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담당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밥상을 점령한 유전자조직식품, 살충제 달걀과 육식문화, 동물복지 살처분 등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책을 평론한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은 농사도 살고, 땅도 살고, 그래서 지구도 살 수 있는,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지혜가 아름답다고 평했고, 김유경 예술평론가는 줄기차게 자기성찰하며 발품 파는 글이라고 밝혔다. 최현미 중학교 교사는 삶을 수행처럼, 수행을 삶처럼 행하며 얻는 통찰이라고 했고, 윤덕현 다큐멘터리감독은 일상의 생생한 체험과 깨달음에서부터 문명에 대한 진진한 성찰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저자 전희식은 글 쓰는 농부이며 생태영성운동가이다. 1994년 전북 완주, 2006년부터는 전북 장수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똥꽃>, <땅살림 시골살이>, <시골집 고쳐살기>, <아름다운 후퇴>, <하늘이의 시골일기>, <소농은 혁명이다>,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엣 농사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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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5 [08:38]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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