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가 근접해 있는 덕수교부터 한일병원이 인접해 있는 쌍한교까지 천천히 발길을 옮긴 것이다. 뒤로는 북한산이 우뚝 서있고, 은은하게 흐르는 맑은 내천에는 붕어 등 고기 떼가 어우러진 모습이 뚜렷히 보였다.
내천을 낀 양쪽 산책로에는 걷는 주민들이 부쩍늘었고,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에서는 열심히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었다. 아기를 뒤에 싣고 자전거를 타는 아저씨. 회색 보살 옷을 입고 내천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할머니. 목줄을 맨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아주머니.
한쪽 벽에는 70~80년대를 연상케하는 짱구, 아이스크림 등 벽화가 이어졌고 달뿌리풀, 명아자여뀌, 부들, 뽕나무, 털부채꽃, 애기똥풀, 고마리, 버드나무 등의 식물들이 파릇파릇한 녹음을 자랑했다. 이 식물들은 우이천 주변에서 서식한다고.
특히 눈길을 끈 곳이 있었다. '아름다운 문자, 우리 한글'이라는 글 뒤로, 벽에 조각된 '세종대왕의 생생지락'이라고 쓴 글귀였다. '즐거이 생업에 종사하고 삶을 즐겨라'라는 제목에, 종서로 써 있는 글씨 조각들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냥 한번 크게 소리내어 정확히 읽어보고 싶었다.
"백성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더불어 슬퍼하며 같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삶 이것이 여민의 정신이다. 이 여민정신을 바탕으로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였다."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벽면에는 '천지인'에 대해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화'를 뜻하며, 세종대왕께서는 한글 창제의 원리로 사용했다는 설명이 돼 있었다. 바로 천(하늘 o) 지(땅, ㅁ), 인(사람, ㅣ)을 말하고 있었다.
어느덧 평소 존경한 작가가 입원해 있는 한일병원 인근에 도착했다. 30여분 정도 명상하듯 천천히 걸으니, 산과 물과 풀 등 자연이 보였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보였다. 우이천의 자연을 만끽하며, 입원해 있는 작가의 쾌유도 아울러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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